第一章 立志
初學이 先須立志하되 必以聖人自期하여 不可有一毫自小退託之念이니라 蓋衆人與聖人이 其本性則一也라 雖氣質은 不能無淸濁粹駁之異나 而苟能眞知實踐하여 去其舊染而復其性初면 則不增毫末而萬善具足矣리니 衆人이 豈可不以聖人自期乎아 故로 孟子道性善하시되 而必稱堯舜以實之曰 人皆可以爲堯舜이라하시니 豈欺我哉시리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뜻을 세우되,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겠다고 스스로 기약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자신을 작게 여겨서 핑계 대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보통사람이나 성인이나 그 본성은 마찬가지이다. 비록 기질은 맑고 흐림과 순수하고 잡됨의 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만약 참되게 알고 실천하여 옛날에 물든 나쁜 습관을 버리고 그 본성의 처음을 회복한다면 털끝만큼도 보태지 않고서 온갖 선이 넉넉히 갖추어질 것이니, 보통사람들이 어찌 성인을 스스로 기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때문에 맹자께서는 모든 사람의 본성이 착하다고 주장하시되 반드시 요 임금과 순 임금을 일컬어 실증하시며 "사람은 모두 요 임금이나 순 임금처럼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어찌 나를 속이시겠는가?
當常自奮發曰 人性本善하여 無古今智愚之殊어늘 聖人은 何故獨爲聖人이며 我則何故獨爲衆人耶아 良由志不立, 知不明, 行不篤耳라 志之立, 知之明, 行之篤이 皆在我耳니 豈可他求哉리오 顔淵曰 舜何人也며 予何人也오 有爲者 亦若是라하시니 我亦當以顔之希舜爲法이니라
마땅히 항상 스스로 분발하여 "사람의 본성은 본래 선(善)하여 고금(古今)과 지우(智愚)의 차이가 없거늘, 성인은 무슨 연고로 홀로 성인이 되시며, 나는 무슨 연고로 홀로 중인(衆人)이 되었는가. 이는 진실로 뜻을 확립하지 못하고 아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고 행실을 도타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미암은 것일 뿐이다. 뜻을 확립하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실을 도타이 하는 것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으니, 어찌 다른 데서 구하겠는가? 안연(顔淵)은 '순(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훌륭한 행동을 하는 자는 또한 순임금과 같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으니, 나 또한 마땅히 안연이 순임금이 되기를 바란 마음가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人之容貌는 不可變醜爲姸이며 려力은 不可變弱爲强이며 身體는 不可變短爲長이니 此則已定之分이라 不可改也어니와 惟有心志는 則可以變愚爲智하며 變不肖爲賢이니 此則心之虛靈이 不拘於稟受故也라 莫美於智하며 莫貴於賢이어늘 何苦而不爲賢智하여 以虧損天所賦之本性乎아 人存此志하여 堅固不退면 則庶幾乎道矣리라
사람의 용모는 추한 것을 바꾸어 예쁘게 만들 수 없으며, 체력은 약한 것을 바꾸어 강하게 할 수 없으며, 신체는 짧은 것을 바꾸어 길게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것들은 <타고나면서부터> 이미 결정된 분수인지라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오직 심지(心志)만은 어리석은 것을 바꾸어 슬기롭게 할 수 있으며, 불초한 것을 바꾸어 어질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음의 허령(虛靈)한 지각능력은 태어날 때 부여받은 기질에 구애되지 않기 때문이다. 슬기로움보다 아름다운 것이 없으며, 어짊보다 귀한 것이 없거늘 무엇이 괴로워서 어짊과 지혜로움을 실천하지 아니하여 하늘이 부여한 본성을 훼손하는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뜻을 마음속에 보존하여 굳게 지켜 물러서지 않는다면 거의 도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凡人이 自謂立志하되 而不卽用功하고 遲回等待者는 名爲立志나 而實無向學之誠故也라 苟使吾志로 誠在於學이면 則爲仁由己라 欲之則至니 何求於人이며 何待於後哉리오 所貴乎立志者는 卽下工夫하여 猶恐不及하여 念念不退故也라 如或志不誠篤하여 因循度日이면 則窮年沒世인들 豈有所成就哉리오
무릇 사람들이 스스로 뜻을 세웠다고 말하되, 곧바로 공부하지 않고 미적거리면서 뒷날을 기다리는 까닭은 말로는 뜻을 세웠다고 하나 실제로는 배움을 향한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나의 뜻으로 하여금 진실로 배움에 있게 한다면 인(仁)을 실천하는 일은 자기에게 말미암는 것이어서 <인을 실천>하고자 하면 <인이 곧바로>이르게 되니, 어찌 남에게서 구하며 어찌 후일을 기다리겠는가. 입지를 중시하는 까닭은 <입지를 확고히 하면> 곧바로 공부에 착수하여 오히려 미치지 못할까 염려해서 항상 공부할 것을 생각하여 물러서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혹시라도 뜻이 성실하고 독실하지 못하여 그럭저럭 옛습관을 답습하면서 세월만 보낸다면 수명을 다하여 세상을 마친들 어찌 성취하는 바가 있겠는가.
율곡 이이(栗谷 李珥), 선조 10 년(1577 년)
성리학(性理學)의 근본이념을 일상 생활에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몽매함을 깨우치기 위한 중요한 비결을 서술한 책
2009.01.26.